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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인지하는 세계는 사실의 세계와 의미의 세계로 크게 나뉘어져 있습니다. 사실의 세계와 의미의 세계는 서로 뒤엉켜서 정확하게 구분해내기 굉장히 어렵지만, 흔히들 이공계통의 학문들이 사실의 세계를 탐구하고, 인문, 사회 과학 계통의 학문들이 의미의 세계를 탐구한다고 거칠게 나누기도 합니다. 이런 구분을 극단적으로 밀어 붙인다면, 사실의 세계에는 의미가 들어갈 여지가 없어 보이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인 듯이 보입니다. 물론 사실의 세계와 의미적 세계가 서로 맺고 있는 관계, 그리고 서로가 서로에게 가지는 위상에 대해서만 말하자면, 전체적인 분위기는 사실의 세계, 특별히 과학적 사실의 세계가 의미의 세계를 점점 더 지배해 가는 것이 일상화 되어가고 있지요. 과학자들이 과학적 사실에 기초해서 무신론을 말하고, 과학적 연구를 바탕으로 의미의 세계를 재구축하려는 경향이 강해지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캐시 오닐의 대량 살상 수학 무기는 (Weapons of Math Destruction), 수학이라는, 사실의 세계에 속한 학문이 의미의 세계에 속한 여타 분야와의 대화나 교류가 없을 경우에 어떻게 점점 더 특정 소수의 이익과 이해 관계를 지켜내는 도구로 전락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책은 신학적으로도 정말 흥미로운 책입니다. 왜냐하면 신학이 수학을 통해서 정당화되는 차별과 불평등에 대해서 어떻게 맞설 것인가라는, 지금까지 아무도 던져 본 적이 없는 새로운 질문을 던지게 만들기 때문이고, 점점 더 수학과 과학이 지배해가는 세상 속에서 종교의 역할이란 어떤 것이 될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고민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이 책의 서평은 아마도 11월 초에 찾아갈 것 같습니다. [리뷰 보기]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인간은 깊은 존재이고,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존재라는 말이겠지요. 인문학과 사회 과학이 존재하는 중요한 목적 중에 하나가 인간 이해라고 생각합니다. 또 자연 과학과 공학, 의학 같은 학문들도 결국 인간이 살아가는 세상을 더 잘 이해함으로써 인간의 삶에 기여하는 일을 중요한 목적으로 삼는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신학은 인간에 대한 이해 없이는 할 수 없는 학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교리 연구가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에 대한 몰이해 속에서 이루어지면 도리어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방향으로 나가게 될 확률이 높아집니다. 성경 주해가 인간에 대한 이해 없이 진행되면 성경을 주해하는 그 사람들을 이상하게 만듭니다. 인간 이해는 신학을 하고 사역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계속해서 더 깊이 알아가려고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에 대해서 기대하는 것은, 신학 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 바라보는 인간에 대한 이해를 골고루 소개하면서도 신학적 관점을 놓치지 않고 대화를 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인간 이해에 대한 각각의 관점을 개론적으로 이해하는 데에도 좋은 책이 될 것 같고, 더 나아가서 그러한 개론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좀 더 심화된 이해에 도달하는 데에도 좋은 길잡이가 될 것 같습니다.

트럼프의 당선, 그리고 버지니아 샬롯츠빌 지역의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시위와 함께 백인 노동자 계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 책은 예일대 법대를 졸업했지만, 어린 시절 백인 노동자 계층 가정에서 자라난 J.D. Vance라는 인물이 백인 노동자들이 왜 트럼프를 뽑아야 했는지에 대해서, 정서적인 공감을 가지고 자신의 성장 과정과 함께 잘 엮어낸 책입니다. 이 책의 한국어판 제목이 힐빌리의 노래인데, 원제는 Hillbilly Elegy입니다. 사실 elegy라는 말은 애가 혹은 비가, 즉 슬픈 노래라는 뜻이거든요. 책 제목이 왜 힐빌리의 애가 인지 책을 읽으면 자연스럽게 설득이 됩니다. 이 책은 대부분의 보수들이 지지하는 내러티브가 그렇듯이, 힘들고 어려운 환경을 이겨내고 스스로의 노력으로 성공한 사람의 내러티브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래서 보수들이 이 책을 좋아하는 거겠지요), 제목에 애가라는 말이 왜 들어가 있는지를 좀 더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서평 읽기] [리뷰 보기]
미국에서는 트라우마와 신학 사이의 관계, 혹은 트라우마의 신학화가 굉장히 핫한 이슈입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세월호 피해자들 외에도 트라우마를 겪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음에도 불구하고 트라우마를 다루는 신학이 없어서 좀 안타까웠습니다. 이 책이 말하는 바는, 트라우마를 겪는 사람들이 경험하는 고통이 쉽게 사라지지 않을 고통이라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보통 복음주의권에서 흔히 사용되는, 손쉬운 승리주의적 언어를 지양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 대신 성 토요일의 신학(예수가 무덤에서 죽음을 경험하던 때에 관한 신학)을 창의적으로 활용할 것을 말합니다. 이것을 트라우마의 경험과 함께 살려내서 트라우마를 겪는 사람들에게도 (즉, 자신들의 고통이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소망이 있음을 설파하는 것입니다. 하루 빨리 한국에도 트라우마와 관련한 신학적 논의가 활발하게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리뷰 보기]
수치에 대한 본격적인 실천 신학적 연구서입니다. 저자인 Stephen Pattison은 치매(dementia)에 대한 실천 신학적 연구로 책을 내서 주목을 받았던 영국의 실천 신학자입니다. 실천 신학이 학문 분야로서 여타 신학 분야들과 차별성을 가지면서도 신학 전반에 기여할 수 있는 방식이 바로 이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직 신학이나 역사 신학이 치매나 수치심에 대한 신학적 연구를 할 수는 없지만 그런 연구는 여전히 신학이 교회를 섬기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연구들입니다. 여기에 실천 신학의 학문적 정체성, 실천 신학자의 학자로서의 자부심이 있습니다. [리뷰 보기]
Amazon에서 20명의 서평자에게 평균 별 5개로 만점 평가를 받은, 아주 괜찮은 책입니다. 저 개인적으로 이 책이 가장 좋았던 점은 성경을 명예-수치 코드로 읽을 때 얼마나 성경 내러티브가 자연스럽게 풀리게 되는지를 보게 된 점이었습니다. 실제로 이 책은 문화 인류학, 성경 신학, 그리고 실천적 사역의 세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기는 하지만, 그러한 구분에 상관없이 각 부분에서 관련 성경 구절을 명예-수치 코드로 읽을 때 달라지는 해석을 아주 확연하게 보여줍니다. 이전 서평인 Philip Jamieson의 The Face of Forgiveness가 좀 더 “신학적”인 수치 제거의 메카니즘을 자세히 보여주는데 치중했었다고 하면, 이 책은 성경이라는 책이 수치를 어떻게 바라보고 명예를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관해서 눈을 확 뜨게 해준 책입니다. [서평 읽기] [리뷰 보기]
Edith Stein은 현상학의 대가인 Edmund Husserl에게 사사받았고, 이후 카톨릭으로 개종해서 신학적 인간학이 교육에 기여하는 바에 대해서 탁월한 업적을 남겼습니다. 개인적으로 Edith Stein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그의 On the Problem of Empathy (공감의 문제에 관하여)라는 책을 종합 시험 리스트에 넣으면서부터 였습니다. Stein의 관심사인 교육의 토대로서의 신학적 인간학이 저에게 개인적으로 호소하는 부분이 많은 것은, 제가 기독교 교육 박사 SOP(statement of purpose)를 쓸 때 기본 아이디어로 삼았던 것이 바로 기독교 교육의 토대로써의 신학적 인간학이었기 때문입니다. [서평 읽기] [리뷰 보기]
“목회 신학”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습니다. 제목을 한국어로 번역하면 용서의 얼굴인데, “수치를 면하다”는 표현이 영어로 “save face”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제목이 왜 the face of forgiveness인지 유추해 보실 수 있습니다. 목회를 하시는 분들의 사역에 크게 도움이 될 책이며, 신자로서의 삶에도 큰 변화를 일으킬 만한 책이고, 또 신학적 이해를 깊이하고 도전을 주기에도 아주 괜찮은 책입니다. 저자가 수치심과 관련해서 리서치를 아주 튼실하고도 꼼꼼하게 잘 진행했고, 일종의 literature review 섹션도 포함시켰기에 관련 주제에 관한 리서치의 역사나 흐름, 동향 등에 대해서도 볼 수 있습니다. [서평 읽기] [리뷰 보기]

제가 서평하는 책들은 신간이 많아서 번역서가 없을때가 종종 있습니다. 혹시 원서를 읽고 싶으신 분들은 아마존 킨들앱을 (Kindle application) 다운받고 전자책을 구매하면 배송에 걱정없이 읽을 수 있습니다. 킨들앱의 장점은 책을 읽다가 모르는 단어위에 커서를 놓으면 사전이 떠서 비영어권 국가의 사람이 영어책 읽기에 용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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